인류멸망보고서_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3.5pts / 5pts
-약한 미리니름 주의-
<인류멸망보고서>는 그야말로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에 대한 영화이다. <멋진 신세계>와 <천상의 피조물>, <해피 버스데이>의 3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영화는 각각 좀비 바이러스, 지성을 얻은 로봇, 혜성 충돌로 인류가 멸망 혹은 멸망의 위협에 처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모두 외적 요소가 아닌, 우리 사회의 내적 요소로 멸망의 위기에 처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멋진 신세계>는 그 내용이 단순하다. 우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처리하여 소가 먹고, 그 소를 우리가 먹는 과정에서 우리가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다는 이야기.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한 때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광우병을 대입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다만 이 에피소드는 사회풍자 요소가 너무 난잡하게 버무려져 있고, 결말 역시 상당히 난해하게 이뤄져 있다. 내용 역시 우리의 잘못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걸 보여주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재처리 안 할순 없잖아. 음식물 쓰레기를 깨끗하게 분리하자는 건지. 아마 감독은 환경파괴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추측해 보지만.
<천상의 피조물>은 먼저 아이로봇에 대한 오마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일단 로봇의 디자인부터가 흡사하고, 주인공의 한쪽 팔이 로봇 팔이라는 점, 무엇보다 로봇을 싫어하던 주인공이 결국 로봇의 편을 들어준다는 점이 그렇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때 부터 아이로봇의 오마쥬가 아닌가 싶었는데, 이정도면 거의 확신범 수준. 이 에피소드는 지성을 얻은 로봇을, 우리의 피조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리받은 강아지 로봇을 질질 끌고 다니고, 결국에는 쓰레기통에 버리며, 처음 도원과 UR사의 관계자들이 로봇인 RU-4에 대해 보여준 태도는 거의 '멸시'의 수준이지만, RU-4인 인명스님이 말하듯 이는 어쩌면 로봇에 대한 두려움의 발현이 아닐까 싶다.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또한 외로워 보이는 도원의 생활모습이라던지, 로봇 수리를 의뢰하는 여성의 모습, 에피소드 속 잠깐 나오는 뉴스의 멘트들은 기술이 발달하며 오히려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점점 멀어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에피소드였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에피소드에 들어있는 불교적 요소들. 그렇잖아도 난해한 종교인데 장면이 휙휙 지나가는 영화속에서 등장하니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에피소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관계가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해피 버스데이>는 가장 유쾌하지만, 가장 무거운 에피소드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재난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것에 불과해 보인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8번공이 소행성이 되어 날아온다던지, 카이스트까지 나와서 백수 오타쿠로 전락한 삼촌, 멸망을 중계하는 뉴스 내용등이 그저 한없이 유쾌해 이 에피소드 만큼은 멸망상황을 한없이 유쾌하게 담았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 당구공이 어떻게 부서졌냐는 삼촌의 물음에 답하는 민서의 한 마디가 의미심장하다. "글쎄, 그냥 부서질 때가 되어서 부서진게 아닐까". 우리 지구 역시 한번 쯤 부서질 때가 되지 않았나? 인류의 과도한 욕심과 개발 앞에서, 우리 인류 역시 한번 쯤 부서질 때가 되지 않았나.
<인류멸망보고서>는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천상의 피조물>편에서는 심지어 지루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곱씹어볼만한 주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인류멸망에 대한 보고서는 나와 있다. 우리는 이 보고서를 가지고 어떤 대책을 새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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